2000원어치의 행복

Posted by canonfd 살아가면서... : 2014. 10. 27. 20:51

저녁에 집사람이 모임이 있다고 나가려고 한다.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는 바람에 도통 밖에 나가보지못한 둘째녀석이
"엄마 나도 갈래"
하며 신발을 신으려 한다.

 집사람이
"엄마 안갈꺼야"
하며 신발을 벗고 올라 오자
녀석도 따라 올라 온다.

 그러길 두어번.
"그러면 가서 바지 갖고와. 바지입고 같이 가자."
집사람이 이렇게 얼르자 녀석이 잽싸게 방으로 들어간다.
서랍장을 여는 소리가 나고 곧 바지를 하나들고 나온다.

두리번 두리번

엄마가 벌써 가버린것을 알아채고는 바로
"으앙---"
이제 그냥달래기는 늦어버렸다.

 "그래 아빠하고 나가자"
하고는 내복위에 바지를 덧입히고 잠바를 입히고 손을 잡고
슈퍼로 향했다.
슈퍼안에 들어서서 사탕을 두봉지 집었다.

사과맛, 종합과일맛. 

둘째녀석이 손에 사탕을 두봉지 들고 나를 본다.
씩 웃고있지만 금방 울음을 그친 탓에 눈에는 눈물이 한방울씩.
2000원을 내고 슈퍼를 나서자 쌀랑한 바람이 불어온다.
둘째가 으쓱하고 몸을 움츠리지만 사탕두봉지를 넣은 비닐봉지는
꼭 쥐고 따라온다.

 주면 주는 대로 한번에 다 먹어버리는 녀석이라
네개만 꺼내서 주었다.
오도독거리며 깨물어 먹는소리.
언제 울었냐며 깨물어 먹기 바쁘다.
녀석은 2000원으로 지금 가장 기쁠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그만큼 기쁨을 맛볼수 있을까..
아니면 그만큼 행복하려면 얼마나 들어야 할까..

 

(200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