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어쩌다 씽크대 위를 보니
납입금 봉투가 하나 있다.
검도도장 봉투인가 영어학원 봉투인가 봤더니
'으잉... '
미술학원 봉투다.
얼마전 몇년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끊어버렸는데
그다음에 미술 학원을 보내는가 보다.
'이거 애가 종합예술인이 되겠군...'
큰놈이 피아노는 그런데로 따라가는거 같은데
미술은 내가 보기에 영 아니다.
그래서 물어 봤지.
"종우야, 너 미술학원 무슨요일에 가냐?"
"화요일..."
"너 미술 학원 가는거 좋냐?"
"...아니..."
그럼 그렇지.
그래서 조심스럽게...
(괜히 애 학원문제 땜에 소리 높일까봐서리...)
"여보, 종우 미술학원 보내지 마라. 별로 재미도 없어 하는데..."
"애가 미술시간에 뭘그릴까 헤맨다길래 학원에서 배우면 나아질까해서..."
"미술을 배우면 나아지나. 흥미가 있고 소질이 있어야..."
애 엄마가 큰놈에게 묻는다.
"종우야, 너 미술학원가기 싫니?"
큰놈이 혼날까봐인지 대답은 안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그럼 다음주에 학원가서 니꺼 챙겨 갖고와.
학원에다가는 시간이 없어서 몇달 쉰다고 하고..."
...하나 없앴다.
(2004. 0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