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합든 해병

Posted by canonfd 살아가면서... : 2014. 10. 29. 17:52

얼마전 광주현장에 볼일이 있어
아침 비행기로 내려갔다가 오후에 올라왔다.
오후 비행기를 타기위해 광주 공항에서 일행 한명과 기다리는데...

 

일행이 담배를 핀다고 흡연실로 들어간다.
커피 한잔을 들고 나도 들어 갔다.

 

흡연실 유리밖으로 보이는 한 해병...
병장 계급장인데...

 

잔뜩 무게를 잡고 있다가
담배를 피려는지 천천히 흡연실 안으로 들어와서 왼쪽 건너편에 앉는다.


내가 불렀다.

"어이 해병, 몇기냐?..."

나를 한번 딱 보더니 벌떡 일어나서리

"필-씅! 구백육십사깁니다"

'아이구 자식...뭔 소리를 이리 지른다냐?'

 

이마도 벗겨졌지 귀뒤로 흰머리도 많이 보이지 하니까
엄청 고참이 부르는가보다 했겠지...

 

흡연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래서 다들 쳐다본다.

 

"나 사백구십팔긴데, 반갑다."

"옙"


하고 악수를 건네고 이런저런 얘기를 물었다.

"김포에 있냐"

"옙"

"몇연댄데?"

"일일대댑니다."

"말년 휴간가 보지?"

"한 세달 남았습니다."

"다 됐네...훈련소에 천기 들어왔냐?"

"지금... 구백구십사기까지 들어왔습니다."

"두어 달있으면 천기 되겠네..."

"예"

"그래... 잘 들어가고...수고해라."

"옙"

 

비행기를 타려 일행과 뒤돌아서 흡연실을 나오는데
뒤에서

 

"필-씅..."

한다.

 

이제 군대있는 애들이 날보면 중년아저씨로 볼래나?
난 아직 젊은거 같은데...

 

(2005. 0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