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령의 짧은 휴식으로 기운을 얻어
첫번째 관문 긴 오르막을 넘고
선비샘, 천왕봉 전망대 지나...
세석전의 마지막 관문, 나무계단길... ㅡㅡ;;
헥 헥...
반가운 영신봉을 넘어 세석대피소에 도착,
땀좀 닦아내고 바로 삼겹살 구워 저녁을 먹는다.
6시, 먹자마자 나는 자리깔고 누워버리고
눈을 뜨니 9시 경...
히타를 많이 틀어서 공기도 답답하고 코고는 소리에 신경도 쓰이고...
뒤척이다가 12시 훨씬 넘어 담요 들고 복도로 나왔다.
공기도 한결 낫고 코고는 소리도 작다. ㅎ
일찍 일어나면 혹시 천왕봉의 일출을 볼까 했는데...
2시경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온다네. ㅡㅡ;;
자다깨다 자다깨다 4시쯤에 나와보니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면서 계속 내리고 있다.
오늘 일출은 나가리.
4시반쯤 일어난 성재와
라면에 어제 남은 밥 말아먹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내리는 빗줄기에 카메라는 배낭에 넣었다.
가끔씩 한번만 꺼내 찍는다.
장터목은 바로 지나치고
천왕봉 아래 오르막 몇번을 투덜투덜 거리면서 올라간다.
아 씨... 오르막 진짜 많으네... ㅡㅡ;;
게다가 비에 젖은 몸에 바람은 쌩하고 부니
손도 시렵고 몸도 춥다.
겹겹히 둘러쌓인 능선의 모습은
구름속에 다 가려버렸다.
하늘과 닿아있는 통천문에서
이제 천왕봉이 얼마 안남았네... 하고
드디어 천왕봉...
잽싸게 증명사진 몇방 찍는다.
춥다. 빨리 가자, 대원사...
천왕봉에서 중봉지나 써리봉 가는길...
왜 화대종주, 화대종주 하는지 알겠다.
길 참 빡시네.
하산길임에도 꽤 나오는 오르막에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니 등산로 정비도 별로고
억센 바위가 다리길이보다 높게 되어 자리하고 있는곳도 여럿...
다 젖은 몸에 귀찮으니
치밭목 대피소에서 간단히 쵸코렛에다 커피나 한잔 끓여 먹자..하고 도착했는데
취사장에 앞선 등산객이 한명 있다.
얘기하다 보니 우리랑 같은 열차에 코스도 똑같네.
혼자서 화엄사 - 세석 - 대원사를 가는중.
대단한 양반일쎄.
내려가는 길 같이 갈까 했더니 무릎이 안좋다고 먼저 가라 한다.
치밭목 대피소를 지나면 길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ㅡㅡ;;
너덜지대 + 계곡옆을 따라서 만든 좁다란 등산로에 비가오니 흙이 진흙이 되어버리고
몇번을 미끄러지며 욕을 입을 달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뒤에 혼자올 그 양반, 걱정되는 데 말이지...
여기보담 차라리 화엄사길이 낫네.
아우... 다 내려왔다.
유명한 여느 계곡들 안부러운 대원사계곡에서 땀 씻어내고
대원사 앞에서 택시로 원지로 향한다.
원지에 한시에 도착했는데
서울가는 버스는 4시에 표가 있고...
그냥 진주로 가서 밥먹고 서울 가는게 빨라서리
다시 진주행.
2시40분 차표를 끊고 근처 중국집에서 뒤풀이 한잔 한다.
지리산 화엄사 - 대원사 코스...
뭐 다시 하라 그러면
못할리 없겠지만 누구한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안가본 길이라 한번 가보기는 했다만
뭐 산을 즐기러 가는 거지,
꼭 여기서 저기까지 가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가는게 영 - 그렇다.
가다 힘들면 쉬었다 가고
더이상 못가겠으면 그냥 내려갈수도 있고...
북한산을 육모정에서 백운대를 올라 불광으로 내려가야 북한산행인가 말이지
더운데 삼천사계곡에서 하루종일 물놀이 하다 갈때도 있는거고
향로봉에서 룰루랄라 하다가 내려갈때도 있는 것인데...
이번 지리산행으로 느낀 점...
이제는 밤열차로 내려오는건 그만해야 겠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 몸이 영 제상태가 아니고
지리산 가고 싶다... 하면
백무동이나 중산리행 버스로 새벽에 도착해서
천왕봉 왕복하는 당일 산행이나 해야지.
뭐 꼭 성삼재부터 시작해야 지리산행인가...?
별 의미없는 시간 이지만...
첫날 : 화엄사(02:20) - 무넹기(05:09) - 연하천(10:30) - 벽소령(12:22) - 세석(15:55) = 13:35분
둘째날 : 세석(05.20) - 천왕봉(07:24) - 치밭목(09:30) - 유평리(11:44) - 대원사(12:31) = 7:11분
합 20시간 46분
시간계산 하고 보니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일쎄.
당일산행으로 화대 종주 하는 사람들 보면
행동식과 가벼운 배낭으로 다니던데...
밥 해먹는 시간 없애고 배낭무게 줄이면
열대여섯 시간도 그리 불가능 하지는 않을듯...
다시 가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