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0/11 설악산 서북능선 (한계령에서 남교리)
"가고 싶을땐 가야 한다."
10월 2일/3일의 연휴를 대피소예약 하려다
작년보다 당겨진 예약개시일을 몰라 놓쳐버렸다.
대기표라도 구해보려고
하루에도 몇번씩 국립공원 사이트를 들락거려보지만
예약취소표도 9월말은 되어야 나올테니
지금은 기다릴수 밖에...
다음주가 추석연휴라 이번 일요일은 차도 안밀릴것이고
또 점점 짧아지는 낮길이와
점점 내려가는 기온을 생각해봐도
이번 일요일이 딱 적기인 거이다.
친구들과 가자고 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또 동행하려면 준비물 나누기도 해야 하고...
그래... 가고 싶을 때 바로 혼자 가는거야.
금요일 저녁 산악회 버스를 예약하고
무박으로 Solo 산행을 하기로 한다.
어차피 가는길에 대피소도 없으니...
집에 밥하고 반찬좀 챙기고
김밥 두줄만 사서 가면 돼. ㅎ
원래 토요일밤 11시 20분 사당역 1번 출구에서 타는거 였는데
거기서 타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양재역으로 오라 한다.
양재역 서초구민회관앞에서 버스를 탔는데...
늘상 산행버스가 그렇듯이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어느덧 한계령에 도착을 한다.
내린 인원은 딸랑 두명.
같이 내린 양반은 백담사로 간다고 한다.
설악엔 비가 왔다.
바닥엔 물기, 위로는 운무 가득이다.
우산을 챙기긴 했지만... 비는 반갑지 않은데....
거기다 너덜지대라는데... ㅡㅡ;;
한계령에는 산악마라톤 하는 양반들이 한가득...
문 열자마자 줄을 지어서 올라간다.
일반 등산객은 그 다음...
설악동에서 4시에 출발한다니 남교리 까지 오면 4시반...
넉넉잡고 11시간 산행이라 시간 널널하니
제일 꼬래비로 올라간다.
줄지어 올라가는게 얼마만인가?
예---전에 처음 공룡능선 갈때 이후로 처음인듯...
앞에서 쳐지는 산객들을 조금씩 앞질러 가다보니
어느새 한계령 삼거리(04:20).
잠시 물 한모금 먹고 쉬는데
뒤에 두명이 일어나 대승령 방향으로 간다.
같이 가자고 하고 동행하는데...
아들하고 같이 온 양반이다.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첫번째 커다란 너덜지대를 만나다...
랜턴을 비추며 바위 아래위를 오르내리다 길을 찾아 내려가는데...
한무리 등산객이 오며 말을 건낸다.
"어휴,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이제 너덜 하나 통과했는데...???)'
(그런데 저양반들은 어제 밤에 장수대에서 출발했나???)
20여분을 가서 이정표를 하나 만났는데...
이럴수가... ㅜㅠ
다시 한계령삼거리다.
이 뭥미... ㅡㅡ;;
아까 너덜지대에서 오르내리하다가 180도 돌은 모양...
쫌전에 만난 한무리 등산객들도
우리보다 조금 늦게 한계령에서 대승령으로 출발 한건데
우리가 거꾸로 가다가 만난 것...
아들이 그 너덜지대는 다시 못가겠다고... ㅡㅡ;;
해서 둘은 중청으로 천불동으로 가기로 하고
나는 아까 그 일행에 따라붙으려 바삐 움직인다.
다행히 그 첫번째 커다란 너덜에서 쉬고 있는 그 일행을 만났네.
길 잃을까 염려해 따라가려던 것이
운무속에서도 슬슬 여명이 올라와 귀때기청봉이 실루엣을 보인다.
됐다. 길 잃을 걱정은 없겠다...
하고 혼자 먼저 간다.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가 말썽이다.
습기 가득에 스치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맞아서 그런가.
아님 배터리충전이 안됐나. 계속 먹통이다.
배터리를 빼서 바지주머니에 넣었다가
잠시후에 꺼내 넣으면 한장 찍히고 또 안되고... ㅡㅡ;;
어쩔수 없다. 대충 찍으며 가자.
게다가 너덜을 생각하고 릿지화를 신고 왔는데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비까지 내린 너덜지대에 잘붙어 다행이지만
아직 길 안들은 얼추 새신발이라
몇킬로 가니 발가락이 슬슬 아프다. ㅡㅡ;;
(교훈)
너덜지대를 가다보니...
일반 등산로는 밤에 랜턴 키고 가더라도
흔적으로 찾을수 있는데...
너덜(바위)지대는 흔적이 없어 길을 잃을 수가 있으니
이렇게 바위사이에 뽈대를 꽂아서 이정표를 만들어 놨다.
아까 올때도
너덜지대 만나자 마자
랜턴을 한번 휘둘러 봤으면 뽈대를 찾을수 있었을텐데...
바위가 나오자 발밑만 비추고 있다가 길을 놓친것...
6월에 성재랑 지리산 화엄사에서 올라갈때
연기암 가는 오른쪽 길을 놓친것도
발앞에만 보다가 놓친거이다.
밤에 랜턴 키고 가더라도
한번씩 랜턴을 휘둘러 보라고...
흐미... 저 귀때기청봉에서 쏟아져내린 너덜 보소.
중간에 1408봉 까진 그래도
한번씩 터지는 시원한 조망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대승령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아... 천왕봉에서 대원사 가는 길이 차라리 낫네.
아픈 발가락에
계속 바위길을 걷느라 무릎도 시큰시큰...
간신히 대승령에 닿아서
이제 남교리로 하산길이다 했더니
하산은 웬걸...
이삼십여분이 계속 오르막이다.
이야... 진짜 길 더럽네.
이쪽으로 오가는 산객이 없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어.
(가는 동안 오는 산객 딱 네명 만났다. ㅡㅡ;;)
오르막 정점에서 이제 십이선녀탕계곡으로 하산하는데...
여기도 돌이다.
가파른 돌계단...
남교리 끝까지 돌이다, 돌...
이젠 무릎도 무릎이지만
허리도 아퍼. ㅡㅡ;;
계곡상류에서 물에 손 한번 넣어봤더니
이거... 얼음물이다.
으미 차가운거...
그냥 수건을 적셔서 몸 한번 닦아내고 만다.
복숭아탕을 한번 짝으려고 애껴쓰던 카메라 배터리는
진짜 복숭아탕을 한장 찍고는 사망 했다.
이 사진이 마지막...
길기도 긴 계곡을 다 내려와
남교리 입구에 도착하니 2시 20분여...
남교리 칼국수집앞에서 산행버스 세워준다고 했으니
그 칼국수집에서 하산주 먹자고...
혼자 해물칼국수에 소주 한병 뚝딱.
4시 38분에 산악회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내리니 7시 18분...
예상대로 안막히고 잘왔다. ㅎ
오늘 지나온 십이선녀탕계곡...
천불동계곡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네.
다음에 장수대에서 올라
십이선녀탕으로 내려오며 사진 한번 찍어야 겠다.
그런데
내 차라리 공룡능선을 왕복을 하면 했지
한계령에서 대승령은 다신 오고 싶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