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된 차용증...(2011.01.03)
1월 3일.
새해 첫 업무일 아침에
교대역 서울지방법원으로 향했다.
2호선 지하철역에는 새해업무의 시작에 늦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지하철도 그들의 바쁜 출근시간을 아는지
빠르게 꼬리를 물고 역으로 진입을 한다.
교대역에서 내려 무너진 삼풍백화점쪽으로 향한다.
옛날의 그 말도 안되는 사건을 묻어버리려는지
어느새 그자리엔 멋들어진 주상복합들이 몇채 들어섰다.
물어물어 도착한 민사소액과.
창구앞 담당직원에게
10년전 차용증인데 소액재판 신청하려 한다.
무슨 서류를 작성해야 하느냐..어찌 쓰느냐..
알려주는대로 다 쓰고 복사하고 인지대 내고 해서 서류를 건넸다.
재판날짜는 우편으로 알려준다 한다.
싸--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10년 묵은 숙제를 털어버린 느낌이 그리 시원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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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말
달라스에서 도넛가게하다 총맞은 친구녀석...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350020
그녀석에게 내가 대출을 받아서 돈 빌려줬던게 95년인가,96년인가..
하여간 2년여간 그 돈땜에 무지하게 머리가 아팠고
다시는 친구와는 돈 거래 안한다고 맹세했었는데..
IMF가 한창인 98년 현대자동차 영업을 하는 친구놈이 찾아왔다.
내이름으로 차를 한대 뽑아서 자기를 달라는 것이다.
할부금은 자기가 낼테니...
며칠 안된다 하다가 결국 녀석의 부탁을 들어줄수밖에 없었다.
바로 다음달부터 역시.. 연체였다.
도장을 괜히 찍어줬다 후회가 막심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어떻게 수습을 해야 했다.
두어달 연체 하다 녀석과 실랑이를 해서 연체금 넣게 만든게 여러번..
드디어 그녀석 능력을 넘어버렸다.
전에부터 친구들 만날때 요즘 골프를 시작했는데
버디를 했니, 이글을 했니 하길래
차 잘팔아서 돈 많이버나보다.. 하고 부러워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씀씀이가 커지고 어쩌다 보니 공금(차 산다고 고객이 준돈)에 손을 댄 모양.
그걸 돌리면서 막았는데
IMF 때라 차도 안팔리는데다가 금리도 높고 하니 버티지 못하고
나랑 다른친구 명의로 차 2대를 새로 뽑아서 바로 중고차로 팔고
그 할부금을 갚을려 했던 모양인데...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한가, 그녀석 뜻대로 안됐다.
한번 녀석의 집을 찾아갔다.
녀석 와이프만 있었다.
내일이 큰애 소풍날인데 집에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쫌 있으니 녀석이 왔다.
와이프가 돈 얘기를하는데...답이 있나..
와이프 있는데서 녀석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주머니에 있던돈 10만원을 꺼내주고 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후에도
녀석은 전화기요금을 내야 하는데 연체되서 짤렸다. 좀 내주라...
집에 차압딱지가 붙어서 피아노가 경매로 넘어갔는데 니가 좀 사서 주라..
나머지 차량할부금을 뻔히 내가 넣어야 할 상황에서
더이상 나도 그녀석을 도와줄수가 없었다.
나머지 차량 할부금에 대한 금액을 차용증으로 받았다.
얼마를 어떻게 어디다 쓴건지 그녀석 집, 분당의 조그만 아파트는
근저당에 가압류에 다 잡혀 있었고
건질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공금을 못갚은 녀석은 회사에서 고소를 당해 재판을 받았고
6개월인가 형을 살았다.
녀석이 들어가 있는동안 적금만기가 된것이 있어
그걸로 남은 차량 할부를 마무리 했다.
형을 살고 나온 후에도 녀석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내가 돈 갚으라고 녀석에게 전화는 하지 않았어도
지가 전화를 걸어야 할텐데...
지금은 능력이 안돼니 나중에 갚을께..
갚지는 못하더라도 미안하다는 얘기는 해야하지 않나 하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 빌려준 돈의 공소시효 10년이 다 됐다.
20년 친구는 가고
10년된 차용증만 남았다...
(2013. 10. 25.)